나는 글 쓰기를 좋아하는 편에 속한다고 가끔 생각한다.
글을 잘 쓴다는 소리를 가끔 듣기 때문이기도 하고, 때론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내게 증명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글 쓰는 작업을 정당화한다.
살아 있으면서 똥, 오줌 밖에 생산하는 것이 없다면 나는 스스로 내 삶을 무가치하다고
평가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내 생각의 산출물로써 글을 쓴다 라고
한 때 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한 적이 있음을 기억한다.
하지만 조금만 뒤집어 생각하면 나는 글 쓰는 일밖에 할 수 없는 글쟁이는 아니고,
또 생산된 글이 소비되지도 않기 때문에 결국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생산적인 작업은 아닌
것이다. 어쩌면 나의 글 쓰기는 무기력한 내 모습을 확인할 때 마다 즐기는 지적 유희인지
도 모른다. 그저 유희라면 세상의 욕심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을 향한 내 정신의
토악질이고 또 다른 배설물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배설물을 이어가는 일에 왜 집착을 하는 것인가?
그것은 기억되지 않는 시간에 대한 공허함이 내 삶의 공백이라 생각하는 때문일 것이다.
일기를 쓰려고 때로 안간힘을 쓰는 이유도 1년이 지나서 지난 한 해를 뒤돌아 보면서
공백으로 날짜만 덩그러니 인쇄된 수첩을 대할 때, 비록 현재의 결과에는 변함이 없지만
과거의 무엇이 있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대한 만족할 만한 무엇 혹은 현재의 결과에
대한 변명 거리를 찾지 못한 허탈감을 가지게 된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허탈감이
새로운 것을 시작하지 못하는 핑계 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정말 내게 솔직하게 말하면 난 참 엉망인 인생이고 한심한 녀석이다.’라는 자조적인 고백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자조적인 생각에 이르면 내 자존심은 글 쓰는 이유에 대해
이런 항변을 하기 시작한다. “ 내 스스로 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내 자존심
을 상하게 하기 때문에 난 내 삶의 의미 부여를 위해 혹은 반드시 원하는 결과물로 삶의
이정표를 세우지는 못했지만 지난 시간 속에서 충실했던 나의 어떤 진지함을 위해 글을
쓴다”고.
객관적으로야 글 쓰는 습관 자체를 칭찬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의 주관은 스스로 칭찬하기 보다 글과 일치되는 내 삶의 내용을 원한다.
오늘의 이 사유의 결과가 배설물이 아닌 내 삶의 내용물을 위한 콘티가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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