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斷想]
대지는 푸른 창공으로 손을 넣어
적황색 가을을 꺼내고
바람은 대지 위를 날며
가을을 채색한다.
청록의 여름을 무심히 지나던 나그네의 시선도
이제는 제법 우수 띤 눈망울로 변하고
一群의 나무들로 시작하여
연이은 산들과
하늘을 구분 짓듯 선을 그은 산릉선까지
차분한 상념을 보낸다.
하늘은 항상 산들과 함께 하는 풍경이지만
인생이란 캠버스 위에서는
그저 작은 여백이나 의미 없는 배경일 뿐
찬란한 노을의 향연에도 태양이 아롱진 구름은 있고
하늘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저 사람이 가진 머리 속의 여백만큼의
여백일 뿐
겨울의 터널로 접어드는 기차길 옆의 바위들
윤기 없는 검은 색조로
도둑맞은 여름의 선명함을 하소연 하고
배꼽 드러낸 처녀마냥
나그네를 아랑곳하지 않는 저 봉우리는
지난, 아니 더 머언 시간 속에
이 자리를 지나간 사람의 모습을 기억하지 않는다는 듯
바라보는 시선을 외면하고
보는 이만 괜한 조바심으로 눈을 맞춘다.
산자락 한구석
까치밥 메인 한 그루 감나무에
시선을 옮길 핑계가 있음을 위안하며
나그네는
기차 바퀴가 울리는 장단에
스르르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