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리 (乖離)
1.
오르는 자에게
절벽을
내려서는 자에게 낭떠러지를
내민
사람의 손길이 닿은
풍경
물길이 깎은
산자락과
사람이 깎은
산자락은
같은 산자락임에도
하나는 풍경이요
하나는 훼손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 산자락을 깎아 낸
세월의 장단(長短)일 뿐
우리는 쉽게 자연미를
말하면서도
같은 공간에 펼쳐진 그
풍경을 인공미라 부르기 주저하는 것은
어우러짐과 단절감이 갖는
괴리
동전의 양면과 같은
천차만별의 거리 때문.
산은 농부 소매의 토시마냥
대지로 뻗는 소매 자락
무렵부터 녹(綠)물이 들고
누렇게 탈색된
들녘도
밭고랑 높은 양지부터 초록
움이 돋고
옹골찬 소나무 모인
숲이
아파트 뒤편 병풍으로
서있고
오랜 소나무 그루터기에
위로 앉은
채색한 지 오랜
정자
강변에 나무로 지은 집들
위에 걸린 광고판
‘펜션단지’
인간이 자연을 향해 내뱉는
개발의 주문과
자연이 인간을 향해 내뿜는
순리(純理)의 향연이 팽팽한 공간
과연 이 괴리는
햇살에 생명의 변화를
더해가는 저 많은 창조물들에게
또 다른 시간으로 이어주는
고리인가?
3.
글 잘 쓰는 말쟁이와 말
잘하는 글쟁이
변기에 뿌린 육체의 생존과
원고지에 뿌린 의미의 생존
글은 육체의 생산물에 대한
혐오의 대안이 아니며
스스로를 잘 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학대를 일삼는 수치심 위에
시간에 충실한 흔적을 위한
사명감으로 진지함이 화장하듯
몸과 머리와 영혼은 하나에
담겨 각기 다른 모습.
배설이 사실의
반증이라면
관점을 가진 진실로서의
고백보다는 오히려 더 순수하며
생명에 인위가 없으므로
自然美이다.
도시 위에 별이
없듯이
내 안에 있는 이 잡다한
교만의 촛불을 끄고
창조주가 마련하신 저
하늘의 은하수의 향연 아래
놓이고 싶은 밤,
감상과 이성의 괴리가
단지
좌뇌와 우뇌의 한 뼘
우주적 거리와
찰나(刹那)적인 영겁(永劫)이라는 단어로 불투명의 철학이 떠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