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忍), 때를 기다림 ]
만약 제목을 보고 책을 고른다면, 이 책을 선택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참는 것을 배우려는 사람일까? 아니면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일까?
아마도 내 생각에는 후자 쪽이 많을 것 같다.
“ 참고, 기다리고, 마침내 얻으라! ”라는 문구가 책의 겉 표지에 적혀 있다.
이 문구를 접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자신에게 적합한 이야기가 적혀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더 이상 이 책을 사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내 용 중에 있는 좋은 말들을 통해 고무되기도 할 것이다.
물론 이 책은 때를 기다리는 방법으로서의 인을 적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 인용된 수많은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범부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 같은 범부가 같은 수준에 놓고 보기에는 뭔가 탁월한 것들을 가지고 있다.
먼저 질문하고 싶다.
만약 당신이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준비되어 있어나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인가? 그러면 기회를 만들어라.
혹시 실패를 경험하고 절치 부심하고 있는 사람인가?
그러면 이 책을 통해 당신의 실패 속에 숨어 있는 참지 못함으로 인한 결과들을 복기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당신의 실패 속에는 참지 못한 욕망(Ambition), 스스로에 대한 교만(Pride)과, 자신의 역량
보다 더 많이 대접받지 못함으로 인한 분노(Anger)가 숨어 있지는 않는지 찾아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개인적인 고백을 하자면 나의 실패 속에는 ‘세상의 이름난 기업가’가 되고 싶다
는 욕망과 ‘나 정도면 그럴 자격이 있다’는 교만과 ‘내가 왜 저 사람보다 과소 평가 되어야
해?’라는 분노가 있었다. 결국 이로 인해 나의 감정의 균형은 깨어졌고, 판단력은 흐려졌으
며 한 번 내린 결정에 대해 책임지고자 하는 고집이 또 다른 판단의 순간에 나를 유약하게
만들었다. 아니 그 때 또 한 번 나를 자만하게 한 것이다.
자만은 내면이 비어있을 때 나타난다는 이 책 속의 한 문장은 정말 상쾌한 비수였다.
자만은 판단력을 흐리게 하며, 성공으로 가는 길에 놓인 장애물이라는 말에는 정말 맞장구
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불 같은 성미와 조바심으로 감정의 균형이 깨어진다는 것은 나를 두고 한 말인 양
생각된다. 나는 종종 나의 불 같은 성미를 정의감이 있는 분노를 미화했고, 화끈한 성격으로 치장하거나 일벌백계의 수단을 잘 활용하는 장점으로 착각했었다. 그러나 이 불 같은
성미는 내 인생의 큰그림과 원대한 목표가 구체화되기도 전에 ‘ 어차피 굴러야 할 자갈길이라면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말에 고무되어 성급한 결정을 내리고 말았던 것 같다.
바로 내 인생에 대해 조바심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종종 공석이나 사석에서 그 대의 결정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변해왔다. 그러나 속으로는 후회했다.
내가 좀 더 신중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했다. 그러나 반면 그 성급한 결정으로 인해 얻은 것도 분명히 있다. 신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인생은 조바심을 낼수록 점점 내가 원하는 그림에서 멀어져 간다는 것을 얻은 것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저자가 우선 인을 적극적인 개념으로 설명하고자 노력한 것에 많은
공감을 했다. 인이란 어떤 경우에도 실망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용기의
다른 이름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인은 진정한 강자의 덕목이요, 진정한 강자란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리고 인은 힘을 축적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을 통해 축적되는 힘이 무엇인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또 ‘때는 반드시 온다’고 적은 것 외에는 때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사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What?(= 忍) 과 Why?(=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 성공하기
위해)는 있으되 How?가 좀 부족하다. 저자의 관점에서는 많은 예화들 속에서 독자 스스로
그 How? 들을 발견하기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동안 읽은 많은 성공학 이나 리더십
혹은 자기 관리 기법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고 그 변화의 목적과
방법과 기법들을 분석적이고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러한 변화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변화에 관한 기대를
저자는 인이란 단어 속에 함축시켜 놓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그러한 변화 보다는 분별력을
강조하고 있다.
“ 사람의 안목이 짧으면 옥석을 구분하지 못하고 돌멩이를 옥으로 착각한다”
“본질을 꿰뚫으면 두려움이 없다”
“ 진정한 장사꾼은 남들이 다 사려고 덤비는 물건은 사지 않는다. 냉정한 눈으로 물건의
참된 가치를 따져야 한다”
이런 문장들이 저자가 강조점을 두고 있는 핵심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분별력을 갖기 위해서는 자만하지 말아야 하고 조바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
저자는 그 방법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 마음속으로 크게 결심하고 구체적으로 그리는 목표가 있다면…”
“ 조급할수록 현재에 집중하고 현재에 충실 하라”
즉 인을 통해 우리는 분별력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안목이라고도 표현되는 이 분별력은
지식과 경험과 깊이 생각한 결과임을 많은 예문을 통해서 저자는 보여주고 있다.
이 분별력은 ‘때’에도 적용된다. 이 책의 ‘때’는 시간적 개념으로 일정한 기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때’는 확실한 목표를 위한 기회이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적고 있다.
또한 ‘때’를 만나지 못하는 정확한 이유를 알라고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때’를 보는 것에 아주 익숙해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들의 때’가 ‘나의 때’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들의 때’는 때를 만나지 못하는 정확히 이유가 ‘그들’에게 드러나 있었으며 ‘준비’
와 ‘인내심’이 있었으며 ‘ 순서’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조급할수록 현재에 충실하고 현재에 집중하면서 날마다 새롭게 고쳐 나갔던 것은
그들에게 구체적이고 원대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의 때’도 구체적이고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현재에 집중하면서 매일 매일
나를 새롭게 해간다면 필요한 시간이 투여된 다음에 ‘열리게’되는 것이다.
때를 기다린다는 것은 時機를 보는 것이다.
이 時機라는 말은 때를 베틀로 짜는 것이요, 시간의 길목에 올가미를 씌워 놓는 것을 말한다. 적어도 ‘어떤 時機’를 맞이 할 수 있는 사람, 이 책의 표현을 빌자면 때를 기다리는
사람은 베틀을 가지고 있거나 올가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베틀이나 올가미는 목표이거나 계획이거나 자신의 성공을 위한 노력이거나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기 위한 의도적 습관이거나 시간을 돈보다 더 아끼는 자세일 것이다.
저자가 제시한 다섯 가지의 인의 방법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 마음을 다스려 겸손히 문제와 대화하라!’가 된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 안팎으로 향하는 분노와 욕망을 자제하고, 교만을 경계하며 세상에 대해 분별력을 가져라’
라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위기를 넘기고 기회를 잡는 방법으로서의 忍,
문제 해결의 시발점으로서의 忍,
견디는 능력으로서의 忍,
그리고 세상과의 직/간접적인 대화를 통해 忍을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는 방법을 습관으로
만든다면 아마도 ‘나’는 성공에 한 걸음 더 다가서 있는 모습일 것이다.
“ 참는 자에게는 복이 있나니…”
농담 삼아 남들에게 던지던 이 말을 정말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한 때 “ 당신의 인생에 있어 성공적인 클라이막스를 만드는 방법을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아주 자신감 있는 어조로 물었던 적이 있다.
그 때의 나의 답은 “ 당신의 클라이막스가 요구하는 습관을 만드십시오”였다.
제법 그럴 싸해 보이는 말이다. 그런데 막상 나는 내 삶의 클라이막스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 클라이막스가 요구하는 습관이 무엇인지 모른다.
시끄러비, 지금이 웅변을 참고 침묵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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