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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독후감

[스크랩] 학문의 즐거움

[학문의 즐거움]

-         히로나가 헤이스케(中平) / 방승양 옮김

-         김영사 출간

 

이 책은 일본인 수학자의 자서전적인 내용이 적힌 책이다.

전후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집념을 가지고 공부에 도전해서 학자로서 성공한

저자가 후배를 술상머리에서 앉혀 놓고 이야기하듯 하는 필체로 쓴 공부와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책의 앞부분을 읽어 나갈 때는 이런 류의 책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구성 때문에 별로

흥미를 가지지 못했으나, 중반 이후부터 학문과 공부에 대한 저자 나름의 철학과

그가 그의 일생을 통해 한가지 주제(혹은 문제 의식)를 가지고 일관된 여정을 걸어왔고, 동양인으로서 서양인 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얻은 저자 나름의 학문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비교와 그 나름의 철학들이 간결하지만 강한 논조로 기술되어 있었기에 후반 부에는 오히려 집중하면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저자는 자신을 스스로 평범하지만 노력을 해서 학문적 업적을 이루었다고 하지만,

모짜르트  같은 천재는 아니어도 적어도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다.학문의 세계뿐

아니라 세상살이에도 남다른 능력과 열정을 지닌 수재라고 생각된다. 독학으로

피아노 콩쿨에 도전한 것이나 누나가 풀지 못하는 수학 숙제를 해결하고 등등 어릴 적의 자질도 눈에 띠지만,나이들어 시작한 공부임에도 불구하고 하바드나 프랑스에서 유명한 수학자들로부터 사사를 받을 때에 그가 단지 노력하는 수재로만 비췄다면 그의 스승들이 그를 계속 제자로 남게 했었겠는가를 생각해보면, 저자도 자신의 주장과는 달리 평범하다기 보다는 비범하다는 봐야 할 것이다.

 

그의 인생에서 흥미로운 점은 특이점 해소라는 수학의 한 주제를 가지고 그의

인생을  걸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들이 접하고 있는 획일적인 성공 모델에 비해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부와 권력과 명예는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함께한 사회적 성공의 세가지 잣대일 것이다.  부와 권력은 동전의 양면처럼, 보이는 면이 다를 뿐 사실은 하나였던 것에 비하면 명예는 부와 권력이 정당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와 권력을 전시하기 위해 벽에 박아야만 했던 못에 지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나라의 경우 현대사의 최근까지 권력이 부의 축적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의 비자금은 권력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부를 이용해 권력을 공고히 하는, 지게와 지게 작대기처럼 둘은 상호 의존적 관계를 가지면서 기득권의 세습에 활용되어 온 가장 최근의 사례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사관생도와 절간의 고시생들에게 유별난 시선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아마도 IMF 한파를 기점으로 권력이 추락하고 돈이 날개를 달기 시작한 것 같다. 자유가 신장되면서 강제적 억압이 줄어들고 영향력 수용의 정도가 자발적 의지에 기인하는 대중적 경향이 강해지면서,권력과 명예도 부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진 것 같다. 부를 통한 영향력의 확대나 나눔과 공익을 실천하는 부의 명예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좀 먹고 사는 정도의 부가 아니면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아니 자신의 부가 아니면 다들 부정적인 지도 모른다. 내 것이 아니면 그저 흑막을 드리워 놓고 보는 것이다.

 

대부분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목적이 있다.

그러나 부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수단적 목표로서의 부를 추구한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부를 경제적 자유의 획득과 사회적 자유의 신장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비교적 이런 시각에서 동떨어진 성공에 대한 관점에 가지고 있는

듯하다. 저자가 그의 부친의 예를 소개하면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독립적인

삶을 유지해가기 위해 몸을 놀리지 않고 일을 한다는 것이 한 개인으로서는 사회적

성공의 잣대와는 무관하게 만족과 자부심의 성공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또 하나 획일적이지 않는 그의 성공의 기준 외에 흥미로운 점은 그의 노력과 끈기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 문제를 푸는 즐거움 에 있었다는 점이다. 저자의 삶 또한

 여러 가지 문제가 끊이지 않는 세상 일반적인 삶과 다름이 없는 것이었지만, 그는

학문적 수련의 과정에서 얻은  문제를 푸는 즐거움이란 관점을 가지고 인생의 문제

도 풀어내지 않았나 싶다. 같은 문제라도 푸는 방법이 다를 수 있고,문제를 어떻게

느냐에 따라 정답과 오답이 나뉠 수 도 있다.

그러나 인생의 문제를 푸는 방법은 단 두 가지다. 긍정적이 되느냐 부정적이 되느냐.

저자는 인생의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대응이 비록 시간적 지체는 있을 수 있어도

결국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삶의 한 원리를 그가 종사한 분야에서의 체험적인

근거를 가지고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것을 인()과 연()의 인생 철학으로

요약했다.

 

인생이 공부다. 학문을 하는 자세는 인생을 대하는 자세와 다를 바 없다.

학문의 즐거움 또한 인생의 즐거움이다. 학문을 통해 지혜의 폭과 깊이와 힘을

더해가고 또한 창조를 위한 노력이라는 과정의 즐거움과 창조적인 결과물에 대한

자부심을 얻는 즐거움을 책에서 읽을 수 있었다. 결국 창조적인 것을 추구하는 인생이 즐겁다는 것이다.

창조는 신의 영역이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이기에 창조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창조를 모방해 왔다. 나는 바로 이 모방이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온 인간의 창의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도 책의 말미에 고백했다. 특이점 해소에 대한 창의적 결과물이라고 스스로

믿었던 그의 논문이 결국 선배들의 업적을 하나로 묶었던 것이었다고.하지만 그의

창의력이 특이점 해소라는 문제를 풀고, 그 결과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다른

문제를 풀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던 것이다.

 

한 개인의 삶의 결과가 그 후손에게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평소에 가지고 있다. 책을 덮으면서 나는 그 징검다리가 되기 위해 과연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자문 해본다.

출처 : 파피루스 아침 독서회
글쓴이 : 시끄러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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