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25년 전 한 번 읽었던 책, 참으로 우연히 찾아왔고 그리고
황당하게 지나쳐 버린 나의 사랑에 대해 자칭 내 여자 친구라는 녀석이 권했던 책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녀는 왜 이 책을 권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아무튼 그 때 당시
나의 불같은 사랑과 좌절에 적잖은 위안을 준 책이다. 그리고 사랑 때문에 자살하는
책 속의 젊은 친구를 나는 당시에 바보 같다고 생각했었다.(일기에 적혀있다)
그런데 40중반이 아주 약간 넘어 다시 읽어보니 그 때와는 다른 무엇이 내 눈앞에
놓여있다.그것은 노안으로 안경이 불편해진 것 처럼, 사랑에 대한 이런 수다스럽기한
열정이 좀 불편해진 것이다.전체적인 소설의 구성도 거칠다. 물론 20대에는 전혀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지금은 이 소설이 좀 생각있는 젊은 작가의 하이틴 로맨스 소설
정도로 읽혀지는 것은 그간의 내 삶의 변화 탓이거나 내 사랑의 편력(?) 탓이리라 생각된다.
한 남자로서 고백하자면 지금까지의 삶에서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나의 온
마음을 빼앗겨 본것이 한 두 번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시설에 만난
한 소녀는 서로가 많이 의지 했지만 아직 사랑을 나누기에는 어렸었기에 아련하지만
약간은 슬픈 추억으로 기억될 뿐이다.
대학 시절 만난 그녀는 사랑하고 있는지를 추스리기 위해 세 달을 고민했고, 당시
그녀가 좀 힘든 상황이었기에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좋을지를 세달을 고민
했고, 사랑한다 말하고 한 달을 사귀다가 갑자기 헤어진 후로 대학 시절을 포함하여
한 4~5년의 세월을 때론 친구로 때론 남으로 지내며 언제든 전화하고 만나는 사이로
이어졌었다.
그녀가 결혼하기 한 달전 쯤이던가, 수유리 어디 쯤 가로수가 많은 한적한 길을
걸으면서 내가 했던 말,
" 넌 내가 사랑했던 여자니까 무조건 행복해야할 의무가 있는 거 알지?"
사실 이 말은 내가 그동안 그녀에게 거의 세뇌하다시피 한 이야기였지만,
그날 그녀의 눈동자에 살짝 비친 알듯 모를 듯한 눈물과 왜그러냐고 다그치는 나를
뒤로하고 집으로 뛰어가던 그녀의 뒷모습.
그리고 그녀의 결혼식장에서 눈물 흘리는 그 모습에서 나는 많은 상상을 만들어
그 눈물의 의미를 해석했었다.
( 그것이 여자에 대해 가지는 미련한 상상력의 마지막이었고, 그 뒤로 나는 여자를
현실적인 눈으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그 순간의 어떤 성숙이 있었다고
생각 해왔었다)
그녀는 그 후로도 가끔 연락이 있었고,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 지금 나가면 늙어서나 들어 올 텐데, 얼굴 한 번 볼까?"하던 그녀의 말에
"야 임마, 그저 내가 기억하는 네 모습을 간직하는 것도 좋지 않겠냐?" 며 굳이 만나지
않았던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근데 여기에 언급하지 않은 짧은 만남을 포함해서 모든 내 사랑의 경험의 대상을
울 마눌이 다 안다. 그리고 그녀는 질투한다.
왜 나에게는 그런 사랑을 해주지 않느냐고?
나는 말한다.
" 내가 정말 사랑하는 아이들의 엄마는 당신 뿐이고,
내 보약 안먹어도 때되면 보약해서 먹인 사람도 당신 뿐이고,
그리고 당신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할 경우가 생긴다면 기꺼이 그러겠노라고
맹세한 사람도 당신 뿐이여~ 그건 사랑아닌감? "
안다.
가슴에 사무치는 로맨스를 같이 사는 남자와 공유하고 싶은 여자의 운명적인 욕심을.
하지만 남자의 사랑도 때론 운명과 버물려야 가슴에 사무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의 내 나이가 그런 운명의 양념이 좀 멀어진 것 같은 미묘한 슬픔이 인다.
늙은 바리데기의 슬픔이랄까? ㅋㅋㅋ 그러나 그 슬픔은 나로하여금 사랑에 대한
시적 상상력을 배가시키기도 한다. 그러니 잃어가는 만큼 얻어가는 것도 있는 것이다.
( 여기서의 바리데기는 그 원래의 의미와는 전혀 상관없는 음운만의 차용임돠~
갱상도 사투리를 생각하시모 무슨 의미인지 짐작은 하실터~ ㅋㅋㅋ)
(이 글, 우리 마눌 보고 또 뭔 말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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