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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노트

우리가 가진 것에 감사해야하는 이유

 

루게릭병에 걸려 8년째 좁은 누워있는 박승일 씨는 1990년대 대학농구 황금기를 주도했던 연세대 농구팀에서 활약한 선수였습니다. 2m가 넘는 덩치로 코트 위를 호령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자기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겨우 눈동자를 좌우 40도 정도 굴릴 수 있을 뿐입니다.

 

박씨는 2002년 고생 끝에 미국 유학을 마치고 프로농구 사상 최연소 코치로 임용되어 인생의 절정에 사려는 바로 그때 그의 삶을 옭아맬 비극이 시작되고 있음을 미처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코치로서는 단 한 게임밖에 치르지 못한 어느 날 우연히 50㎏짜리 바벨을 들어 올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는 루게릭병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고 1년 뒤에는 휠체어 위에 앉아야만 했고 20개월 뒤에는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움직일 수 있는 건 눈동자  뿐이었습니다.

 

그는 코치직을 사퇴해야했고 인생의 동반자라 여기던 아내마저 떠나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포기나 절망이란 단어가 없습니다. 그는 유일한 수단인 눈꺼풀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가 글자판을 보고 겨우겨우 눈꺼풀을 움직이면 여자 친구가 이를 받아 적는 방식을 통해 소통하는 방법입니다. 그는 눈꺼풀을 움직여 쓴 글을 통해 세상에 루게릭병의 무서움과 실상을 알려나고 루게릭병 전문 요양소 건립기금을 마련하는 운동을 펼칩니다.

 

그가 쓴 일기의 한 구절에는  "눈동자를 굴릴 수 있는 힘만이라도 남겨주십시오. 더는 앗아가지 말아 주세요." 하고 절규하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습니다. 그는 《눈으로 희망을 쓰다》라는 책에서 병마와 싸워나가는 처절한 일상의 이야기, 고통을 못 이겨 혀를 깨무는 아들을 바라봐야 했던 어머니의 고백, 모두가 떠나간 자리를 따듯한 사랑으로 채워준 눈물겨운 러브스토리까지 눈꺼풀로 자신의 삶을 하줄 한줄 써내려갔습니다. 그리고는 말합니다. “하찮은 벌레에게도 존재와 의무가 있고, 우리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는 위대한 능력이 있다.”

 

 

우리가 많은 좋은 것들을 가졌다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이나 눈은 다 채울 수 없는 허공이기 때문입니다. 박씨는 눈꺼풀로 글을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격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감사가 얼마는 피상적이며 욕심에 좌우되고 있는가를 깨닫게 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