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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독후감

<아크라 문서> - 파울로 코엘료 -

 

 

<아크라 문서> - 파울로 코엘료 -

 

코엘료의 전작들을 '재미있다'고 판단했기에 적잖은 기대를 가지고 읽었지만 결과는 어디 강의 가서 써먹을 수 있는 문장 몇개를 건진 정도다. 실망감이 크다.

 

소설처럼 질문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답변을 하는 형식을 취해본다. 질문도 많지 않다. 

 

Q1.과연 소설인가?
     소설이라면 주인공과 그 구체적 행동이라든지 소설의 줄거리를 특정지을 수 있는 흐름이 있어야 한다.  이 소설은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잇다. 아크라 문서가 발견되었고 그 내용이 전쟁의 위기에 처한 대중들의 질문에 현자가 답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의 대부분은 아주 교훈적이다. 굳이 소설이라 고집한다면 아주 파격적인 형식이라 할 수 있으나  그 파격이 낭비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Q2. 현자의 가르침은 성경의 외경을 언급할 만한 심오한 내용인가?
단언컨데 아니다. 논리정연하게 쓰여지고 확신에찬 문구를 사용하는 것과는 종류가 좀 다른 성공학 저서로 보인다. 단적으로 말해  코엘료의 이전 소설들이 보여준 신비주의나 사랑을 연상할 수 있는 감흥이 사라졌다. <연금술사>의 '철학자의 돌'이 가진 묘한 깊이의 상징성을 가진 개념이 사라졌고 <11분>에서 '11분'과 같은 파격적인 상징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현자의 대답으로 열거된 것들이 그리 깊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성공학 서적 치고는 영적인 측면에 좀더 강조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조금 달라 보인다고 해야할 정도다.삶의 주인공들에게 구체적인 행동을 제시하기 보다는 동기화에 초점을 둔 문구들이 많다. 이것은 성공학이나 삶의 지혜서로서도 개념 강의만 한 정도의 미진함이랄까?  이 책을 덮으며 얻은 나의 느낌을 굳이 표현하자면 김남조 시인의 필체로 쓴 성공학 서적을 보는 어색함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에 언급된 현자의 대답은 패배와 패배자, 고독, 인정받고 싶은 마음, 변화와 두려움,아름다움, 어디로 가야하는가,사랑,과거와 현재와 미래,Sex,우리가 자식에게 남길 수 있는 말,우아함,일, 운좋은 타인들,기적, 불안,미래,로열티,영성 등 스무가지 정도의 단어들에 대한 설명이다. 그런데 그 현자의 답이란 것이 어디 다른 책에서 이미 읽은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코엘료다운 특별한 무엇이 빠져있다. 책의 광고 문구와 같은 '기적같은 삶의 지혜 '라고 봐줄만한 무엇이 없다.영성에 관한 사색과 체험이 없이는 이런 껍데기같은 이야기를 지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배운다. 차라리 아크라 문서 속에 종교의 신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이에 대해 사람들의 믿음과 신비주의적 접근이나 우상적 접근을 소설도 담아냈더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마지막으로 번역이 별로다. '충심'이라 번역한 영어 단어가 매우 궁금하다. 아마 Loyalty가 아닐까 싶은데 타인에 대한 진정한 신뢰를 의미하는 이 단어는 충심이라기보다는 '신의'에 가까운 것이다. 번역자도 내용을 자기화하지 못한 티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