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들

<오래된 생일>

 

 

<오래된 생일>

 

 

오래 동안 맞은 생일
시작한 날로 회귀할 수 없는 슬픔과
떠나갈 날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것에 대한
야누스적인 감상이 혼재하는 날
혼자만의 기념일로
달력에 빨갛게 표시하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축하를 받을 권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축하를 하는 착한 사람들에 부여되는 의무를
감사란 말로 감시하듯
내 삶에 있는 인연의 끈들과

관계의 깊이를 헤아린다,

 

내 인연의 끈에 그들이 매인 것이 아니다
그들의 끈에 내가 매인 것이고
깊지 않은 관계는 그들 탓이 아니라 내가

이기와 무관심 그리고 두꺼운 처세의 쇄설로
메운 탓이다.

 

축하하는 그들을 축복하라
그리하여 사람 사이의 진심이 깊어지고
인연의 끈이 길어진다면
그들 모두가 가진 생일이란 매듭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축복하라

 

지금부터 네 생일은
네 인연의 모든 이를 위해 축복하는
가장 경건한 땀을 흘리는 매듭이리라. 

 

 

-2015년의 생일 새벽에 적은 글 - 
  
 

'자작시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십견  (0) 2015.03.20
할미가 된 누이야  (0) 2015.03.20
새벽  (0) 2015.02.07
묘지에서  (0) 2015.02.01
[ 사랑하는 바보에게]  (0) 2015.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