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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들

할매 냄새

 


[ 할매 냄새 ]
 
화톳불에 구운 봄보리에
할매 냄새가 난다
댕기머리 소시적 가난 때문에
언제나 풍요가 낯설었단다
깨진 막사발 맞추려다
평생 조막손이 된 원망도
한공기 보리밥에 밴
가난한 냄새 때문이었단다
그 냄새가 싫어
마지막 들숨조차
죽어도 펴지지 않을 조막손에
숨기셨던 고집
가난이 향수(鄕愁)였던 할매
무덤가에 우거진 싱싱한 잡초
봄보리 같아 싫어지는 오후 한나절
지하철 경로 우대석에
조막손을 모아 쥔 늙은 사내가
봄향기 궁색한 햇살을 화로 삼아
봄보리를 익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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