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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핑계 [ 핑계 ] 혼자 산길을 오르는데 바람이 길을 막는다. 내가 길을 막고 돌아온다. 그 바람은 어디서 오는지 왜 하필 그 자리에 일었을까 미처 가지 못한 길 사이를 흐르는 저 바람은 어디로 가는지... 가는 곳을 모르기에 갈 곳을 정해 걸어본다.
[스크랩] [아침일기] 새벽바람 소리가 제법 거세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겨울이라 시위하는 건 이 놈뿐일 게다. 뭐가 좋은지 헤프게 틈을 벌린 유리창을 닫으니 바람은 헐거워진 TV 선을 흔들어 유리창을 때린다. 아 하늘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구나! 뭔가 이런 신성한 기운에 화답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긴..
[스크랩] 청년에게 [ 청년에게 ] 청년아 너는 바람 불면 흔들리는 나무가 아니다 물결치면 떠밀리는 조각배도 아니다. 너는 산이요 대지이며 물이요 강이다. 업을 탓하지 마라. 세상 모든 인생은 선택의 경계선을 산단다. 네 업은 과거로부터의 굴레가 아니고 마음으로 짓는 내일 아니냐. 매일 아침 떠오르는..
[스크랩] 1월 [ 1월 ] 사람이 그립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구나. 나를 알아주는 사람 나를 보듬어 주는 사람 진정 내가 사랑할 사람 지친다 그만 둘 그리움이 아니기에 작은 명함 하나 들고 다시 떠나는 1월이다.
<바람 부는 사진 한 장> &lt;바람 부는 사진 한 장&gt; 이루지 못한 사랑들이 운명처럼 만든 징검다리 옹기종기 모인 외로움은 오히려 황홀하고 갈대 숲 어귀 함초롬이 모인 패랭이꽃 바람에 무수어진 꽃대 사이로 쓰러질듯 걸어가는 그림자 하나 가득찬 마음을 비워내는 아픔은 빈곳을 채우려는 속내인양 감추고 ..
삼당시인에 대한 생각 백광훈(白光勳)최경창이달 을 삼당시인(三唐詩人)이라고 한다. 송시(宋詩)의 풍조를 버리고 당시(唐詩)를 따르며 시풍을 혁신했다고 해서 그렇게 일컫는다. 송시냐 당시냐 하는 시비는 아주 심각하게 전개되었으니 가볍게 벌 수 없으며, 중국문학 영향 관계로 처리하고 말 것도 아니다. ..
이병룡의 시 두편 - 눈물밥과 운명 &lt; 눈물밥 &gt; - 이병룡 청춘이 빠져 나가고 나면 찬밥 덩어리가 되지만 밥솥에서 김이 빠져 나가면 따뜻한 밥이 된다 시도 때도 없이 밥 먹었냐고 묻는 노모의 끝없는 염려가 어디에서부터 왔고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찬밥 되고 나서야 알았다 밥은 먹었냐는 소리 들을 때마다 볼에 와 ..
할매 냄새 [ 할매 냄새 ] 화톳불에 구운 봄보리에 할매 냄새가 난다 댕기머리 소시적 가난 때문에 언제나 풍요가 낯설었단다 깨진 막사발 맞추려다 평생 조막손이 된 원망도 한공기 보리밥에 밴 가난한 냄새 때문이었단다 그 냄새가 싫어 마지막 들숨조차 죽어도 펴지지 않을 조막손에 숨기셨던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