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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소리 벌레 소리가 그립다. 고향집 문종이를 뚫고 들려오던 세상을 가득 채운 소리 시원의 너른 들에서 同類를 찾기 위한 안간힘을 담은 비밀스런 소리인줄 모르고 살아있는 자연의 건강한 소리인줄 모르고 자장가처럼 들었던 그 소리가 그립다. 사람은 많은데 밤은 더욱 적막하다.
역설 [역설] 보고 싶은가? 떠나보내게나. 미운가? 정 때문이라네 괴로운가? 이제 의지할만하이. 아픈가? 소중히 하게나 힘든가? 다 왔다네. 슬픈가? 이제 우리를 돌볼 수 있는 마음이 자랄 걸세.
사랑 수사학 54. [ Amor,pauvre excuse ] [ Amor,pauvre excuse ] 무언인가를 그만두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없다는 쓸데없는 믿음으로 시작한 이별이 아니었다. 벼랑 끝에 서지 않으면 새로운 삶의 의지를 불태울 수 없다는 쓸데없는 희망으로 시작한 추락이 아니었다. 삶의 끝자락에서 단 하나의 의미로 남을 수 있다는 쓸데..
[비를 대하는 원칙] [비를 대하는 원칙] 비가 내리면 젖어야한다 눈과 가슴과 망각을 향해가는 기억 그리고 또 눈물 젖은 가슴이 젖어야한다. 그리고 또 비가 내리면 가끔은 우산을 버리고 걸을 수 있어야한다 세상엔 종종 피하기 싫은 비도 우연처럼 내린다.
사랑 수사학 53. 혈연 [혈연] 사람을 잊는다는 건 눈물로도 위로 받지 못하는 참으로 힘든 일이다. 사랑을 담았던 사람이건 미움을 담았던 사람이건 사람을 담았던 마음자리는 지우기도 채우기도 힘든 자리 이도 저도 없었던 사람들은 시나브로 잊혀져 어느 순간 낯선 사람이 되고 문득 새롭기도 하지만 마음..
[ 작은새 ] [ 작은새 ] 설날 아침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나의 거친 손바닥 위로 날아들었다. 모이를 쥐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체온이 그리웠던 것인가 눈물이 돈다 가만히 쓰다듬으려 하니 푸드득 작은 날개에 감추었던 소리를 뿜으며 날아간다. 갑자기 손이 시리다 온 겨울의 냉기가 그곳에 있었다 체..
병신년 설날에 [병신년 설날에] 병신년의 병신이 싫은 병신들은 지들이 병신인지도 모르는 병신이고 병신년의 병신이 부끄러운 병신들은 병신인지 알고도 행동하지 못하는 병신이고 병신년의 병신이 상관없는 병신들은 세상이 병신 짓을 해도 모르쇠 할 병신이다. 세월에 나이를 매기면 설이 되고 사..
[ 오래된 불꽃을 위한 기도] [ 오래된 불꽃을 위한 기도] 처음 성냥불을 받아들이던 아주 작은 불꽃이 되어 남아있는 심지의 끝을 모르는 촛불을 앞에 두고 기도합니다. 주신 몸 주신 영혼 처음 잉태된 기쁨 그대로 마지막 역시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기를 삶의 마지막이 작고 초라해 보일지 모르나 그 역시 주어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