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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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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메아리 [ 봄 메아리 ] 날름거리는 아지랑이 긴 혓바닥에 우듬지 끝 꽃잎 한 장 놀라 떨어지고 꽃 진 자리 되알진 새순 하나 머리 내밀어 세상에 전하는 봄의 소리 뭇웃음 소리
봄이 그럽디다 [ 봄이 그럽디다 ] 누가 그럽디다, 봄에는 허물 같은 옷을 벗을 수 있어서 좋다고 추위로 숨긴 움츠린 어깨를 들킬까봐 두꺼운 외투로 가린 가난한 마음이 보일까봐 괜한 맘 쓰지 않아서 좋다고 누가 그럽디다, 봄에는 행복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서 좋다고 아지랑이가 꽃잎을 타고 춤을..
4월 꽃길 [ 4월 꽃길 ] 누구의 발을 위해 이토록 아름다운 자태로 누웠는가 차마 맨발로도 밟을 수 없어 그냥 너에게 쓰러진다. 바람을 핑계로 가슴에 닿은 창백한 손길 하나 가볍고 가벼워 솟는 눈물 바람을 핑계로 감아본다 4월이여, 누구의 가슴을 위해 그리 가벼운 걸음인가
숨어 흐르는 강 [ 숨어 흐르는 강] 바다 어귀 강가에 서서 목숨 값을 셈해 본다. 땅과 땅 사이 물과 물 사이 삶과 죽음 사이 내 삶은 어디에 얼마의 가격표를 붙일 수 있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 어제와 오늘 사이 내일과 죽음 사이 시간의 강이 흐르고 습관의 강이 흐르고 의미와 덧없음의 경계는 보이는 강..
노숙 [노숙] 제정신엔 못한다. 세상 모든 편견과 눈총에 굴하지 않는 꿋꿋한 의지 없이는 니들 상식으로 말하는 노숙인 그런 상식으로는 절대 이해 못한다, 우리의 이 미친 자유를 서울역 대전역 대구역 부산역 이 나라 어느 역사에도 존재하는 오랜 역사의 산물인 우리 존재 굳이 피하고 숨지 ..
[벚꽃] [벚꽃] 꽃으로 태어나 바람에 날리면 눈이 되고 비에 젖으면 비가 되는 꽃 춘삼월 흥을 따라 태어나 술 한 잔에 님이되고 산책길 느린 걸음에 벗이 되는 꽃 네가 나비였으면 푸른 날개를 가진 새가 되었으면 땅이 아니라 하늘을 수 놓아 아픈 가슴들을 달래는 꿈이었으면...
황사 < 황사 > 봄이 옥이라면 티는 이놈일 게다. 아니다. 원래 이렇게 시야가 흐린 것이 정상이다 우리네 세상살이가 이런데 그 핑계로 세상 분명히 보고 사는 사람이 드문데 산속에 뿌리 내린 봄들을 선명히 보여준다면 누가 봄을 떠나겠는가, 환장하고 말일이지 남 탓 말자. 우리 먼지 이..
무엇으로 어떻게 [무엇으로 어떻게 ] 새벽 인력 시장이 선 당감시장 골목 앞에서도 밤새 가게를 지킨 윈마트 이군도 새벽 물건 갈무리를 마치고 1톤 트럭 시동을 건 박씨도 선잠에 막 옷을 갈아입고 첫 티업을 기다리는 윤씨도 모두 종이컵이 제격인 봉지 커피 한 잔 참 평등한 아침이다. 사람살이를 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