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들 (279) 썸네일형 리스트형 랩소디 랩소디 - 검은 가죽 의자 - 정지원 범도 아닌 것이 왜 가죽을 남겼으며 범도 아닌 것이 왜 죽어도 풀을 먹지 않겠다는 건가 너는 어느 짐승의 유산이기에 감당하기 힘든 무게에 짓이겨지는 이 어깨를 토닥이는가 너의 품위는 뼈와 살이 벗어나는 고통을, 혀처럼 날름거리는 얼음 같은 바람.. 오십견 <오십견> 나도 모른 채 지고 온 짐이 무거웠나 보다 내리고 털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미련 때문에 안으로 곪았나 보다 아파도 움직이란다 그래야 낫는단다 아프면서 사는 거란다 할미가 된 누이야 봄은 왔건만 오지 않을 것을 아는 이를 기다리는 것 외로운게 당연한 거다. 보았던 봄이 아니라 보자던 봄이 아니더냐 꽃이 이 계절을 다 가져가기 전에 내 가슴의 계절 속에서 다시 살아다오 돌아 누운 등 뒤로 멀리 산 속에서 풀과 나무가 서로 살을 부비며 밤을 지새는 소리가 아득한 .. <오래된 생일> <오래된 생일> 오래 동안 맞은 생일 시작한 날로 회귀할 수 없는 슬픔과 떠나갈 날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것에 대한 야누스적인 감상이 혼재하는 날 혼자만의 기념일로 달력에 빨갛게 표시하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축하를 받을 권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축하를 하는 착한 사람들에 부.. 새벽 [ 새벽 ] 살아 움직이는 소리들이 밤의 노면 위로 아지랑이처럼 피어 오른다. 매일 아침 열리는 길은 언제나 희망으로 향하고 밤새 보듬은 열정에 홍조 띤 뺨들 숭고한 일터로 향해가는 저 어깨 좁은 그림자들의 행렬 속에 기름진 도덕적 분열은 없으리마는 때론 아픔이라는 이유로 때론 .. 묘지에서 [ 묘지에서 ] 어느 날 아침 눈을 뜰 때 사방 모두가 공허할지라도 그대 결코 눈물 흘리지 않기를 아침 햇살에 눈을 감고 추억을 길러내는 바보같은 짓 더 이상 하지 않기를 이름을 가지고 살았으니 그것만으로 족한데 세상에 남는 이름 세상에 없는 이름 그런 것 굳이 메달지 마오. 기억해 .. [ 사랑하는 바보에게] [ 사랑하는 바보에게] 많은 바보들에게 이별은 보냄이 아니라 간직함이요 두려움 없이 더욱 사랑하기 위한 선택이요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아픔이라는 딱딱한 가슴으로 밀봉하는 것이다 많은 바보들이 내뱉는 사랑이 멈추었다는 말은 아직 받지 않은 상처에 대한 두려움을 가면 쓴 분노.. < 외계인 > < 외계인 > 백양산 등산로 옆에서 붉은 석양에 마음 주던 고라니 한마리 말을 거는 나그네를 멀뚱히 쳐다본다. 다가 가면 도망가더니 돌아서면 마른 풀잎을 밟아 어디가냐 묻는다 사람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습관 때문에 가던 발걸음 멈춘다. 줄 것이 없어 물 한 잔 대접하려 물병 뚜.. 이전 1 ··· 6 7 8 9 10 11 12 ··· 35 다음